이달들어 하루 평균 45.6건 거래
6년만의 최악 거래 절벽 이어져
강남재건축 급매물만 간간 거래
매수대기자 “더 떨어질 것” 기대
지난해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내놓은 9ㆍ13 대책이 시행 6개월을 앞둔 가운데 부동산 시장은 6년 만의 최악 거래 한파에서 좀처럼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분간 시장에서 주목할 이슈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확정되는 오는 4월 30일까지는 매수자와 매도자 간 ‘눈치 전쟁’이 어느 때보다 극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전일 기준 3월 아파트 매매 누적 거래량은 총 456건으로 나타났다. 1일 평균 거래량으로 환산할 경우 45.6건으로, 전월 평균인 56.7건에 비해 20% 가까이 내려갔다. 작년 말부터 이어져 온 거래절벽 추이를 감안한다면 이달 안에 눈에 띄는 반등이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9월 한 달 동안 1만2233건이 신고된 이후 매월 줄어들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3535건으로 급감했고 올해 1월에는 1870건, 지난달에는 1587건까지 떨어졌다. 2월 거래량으로는 지난 2013년(3135건)보다 낮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업계에서 기대했던 ‘신학기 효과’도 올해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아파트 매매거래가 급감한 가장 큰 이유는 향후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매수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11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17주 연속 내려갔다.
하지만 실제로 거래된 곳은 그동안 투자수요가 많았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나온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현장에서 체감하는 집값 하락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건축 대장주로 통하는 강남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의 경우 지난해 9월 최고 18억5000만원까지 팔렸으나 올해 1월에는 14억원에 거래됐고, 84㎡는 지난해 9월 20억5000만원에서 16억6000만원으로 4억원이 급락했다.
반면 일반 아파트의 경우에는 급매물이 생각보다 많지 않고 가격 낙폭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매수자들의 경우 집값이 더 내려가길 기다리다 보니, 팔려는 집주인들은 아예 매도를 포기하는 경우도 늘어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동주택 공시가가 확정되는 4월말까지는 서로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15일부터 내달 4일까지 전국 공동주택 예정 공시가격 열람과 의견청취를 하고, 공시가를 확정해 발표한다. 특히 다주택자와 고가 아파트 보유자의 경우 ‘세금폭탄’을 맞을 수 있어, 현실화할 경우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를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일단 4월은 넘기고 보자’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면서 “심리적 측면도 중요한 요소인데 워낙 위축돼 있는 상황이라서 상반기까지는 거래 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거래 절벽 장기화로 시세보다 낮은 급매물에도 매수세가 붙지 못하고 있다”면서 “매매가격이 상승 반전하기 위해서는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매매 전환이 일어나고 위축된 거래량부터 살아날 필요가 있지만 현재까지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양대근 기자/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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