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전국 표준지 중 가장 비싼 곳으로 알려진 서울 중구 명동8길에 있는 화장품 전문점 ‘네이처리퍼블릭’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국토교통부는 지역별, 가격대별 불형평성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가격이 급등했거나 시세 반영률이 낮았던 고가 토지의 공시지가를 현실화해 공시한다고 12일 밝혔다. 전국 표준지 50만필지의 공시지가 상승률은 9.42%다. 지난해 상승률 6.02%에 견줘 3.4%포인트 높아졌다. 추정 시가 대비 공시지가 현실화율은 지난해 62.6%에서 64.8%로 2.2%포인트 올랐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전체 표준지의 99%가 넘는 일반 토지는 시세 상승률 수준으로 공시지가 변동률을 점진적으로 조정했다”며 “특히 영세상인, 자영업자 등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전통시장 등 표준지의 공시지가는 상대적으로 소폭 인상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어 “상대적으로 반영률이 낮았던 고가 토지의 현실화율을 끌어올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당 추정 시세가 2천만원이 넘는 고가 토지가 주로 공시가격 변동률이 높게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전체 표준지 50만필지 가운데 ㎡당 추정 시세가 2천만원 넘는 고가 토지의 비중은 0.4%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고가 토지의 공시지가 상승률은 평균의 2배가 넘는 20.05%였다. 이들을 제외한 일반 토지의 상승률은 7.29%로 지난해(6.02%)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전국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표준지 8필지는 공시지가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오르게 됐다. 2004년 이후 16년째 전국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으로 평가되는 서울 중구 명동의 ‘네이처리퍼블릭’ 부지(169.3㎡)는 ㎡당 가격이 9130만원에서 1억8300만원으로 뛰었다. 이어 2위인 명동2가의 업무용지(392.4㎡) 공시지가도 ㎡당 지난해 8860만원에서 1억7750만원으로 올랐다.
지역별로는 서울시의 공시지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이 올랐다. 서울의 공시지가 상승률은 13.87%로 2007년 이래 12년 만에 최고다. 이어 광주(10.71%) 부산(10.26%) 제주(9.74%) 등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광주는 에너지밸리산업단지 조성사업, 송정동 상권 활성화 등이 영향을 끼쳤고, 부산은 해운대 관광 리조트 개발 등으로 상승폭이 컸다. 서울에서는 강남구(23.13%) 중구(21.93%) 영등포구(19.86%) 성동구(16.09%) 등이 많이 올랐다. 반면 충남(3.79%) 인천(4.37%) 전북(4.45%) 대전(4.52%) 등은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낮았다. 공시지가 상승률이 가장 낮은 충남은 인근 세종시로의 인구 유출 등이 영향을 끼쳤다.
가격 수준을 살펴보면 ㎡당 공시지가가 1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필지가 여전히 전체 표준지의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50만필지 가운데 29만7292필지(59.4%)는 ㎡당 공시지가가 10만원 미만, 12만3844필지(24.8%)는 10만∼10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10만원 미만 필지가 지난해보다 3593필지 줄었고 2천만원 이상 고가 토지는 289필지 늘었다. 올해 가장 공시지가가 낮은 곳은 전남 진도 조도면 눌옥도리에 있는 필지로 ㎡당 210원으로 측정됐다. 2017년부터 3년째 전국 최저가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국 3309만필지 토지의 개별공시지가 산정에 활용되며 각종 조세·부담금 부과 및 건강보험료 산정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표준지 공시지가에 이의가 있다면 3월14일까지 국토부 누리집 등을 통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